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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6-12-05 13:30 작성자김광진 | 대전시,세종시,청주시,공주시,부여시본부 댓글 1건 조회 3,514회사랑이 물든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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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물든 손
어느 산골 마을에 할머니와 초등학생인 손녀딸이 살고 있었습니다.
며느리는 일찍 세상을 뜨고 아들은 건설 현장에서 잡일꾼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는 아들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고
온종일 산으로 들로 다니며 나물을 캔 뒤
밤이 새도록 나물을 다듬어 다음 날 장터에 내다 팔았습니다.
어린 손녀딸은 할머니가 캐오는 산나물이 너무나 싫었습니다.
숙제하고 나면 할머니와 같이 손톱 밑이 까맣게 물들도록
나물을 다듬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손톱 밑의 까만 물은 아무리 박박 문질러도
잘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선생님이 상담 때문에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했습니다.
모시고 갈 분은 할머니뿐이라 걱정이었습니다.
선생님이 할머니의 허름한 옷, 구부러진 허리,
손의 까만 물을 보는 게 정말 싫었기 때문입니다.
집으로 돌아온 손녀딸은 한참을 망설이다 말을 꺼냈습니다.
"저, 할머니, 선생님이 내일 학교 오시래요."
할 수 없이 말하긴 했지만, 손녀딸은 할머니가
정말 학교에 오시면 어쩌나 했습니다.
다음 날 오후, 선생님의 부름을 받고 교무실로 갔습니다.
선생님은 할머니의 두 손을 잡으면서 손녀딸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가은이 할머니께 효도하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그 순간 손녀딸은 와락 눈물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선생님이 눈시울을 붉히며 잡고 있는 할머니의 손은
거북이 등처럼 갈라져 있었고 피가 흐를 듯 생채기로 가득했습니다.
할머니는 손녀딸이 할머니를 부끄러워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침 내내 표백제에 손을 담그고 철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 닦으셨던 것입니다.
나에게도 그런 할머니가 계셨습니다.
홀로 시골집에 살면서 간혹 찾아오는 손주가 '노인 냄새' 난다고 할까 봐
새벽부터 일어나 몸을 씻고 또 씻었던 그분.
당신 쓸 용돈 아껴두었다가 어린 손녀 호주머니에 몰래 넣어주며
과자 사 먹으라고 속삭이던 그분.
세상에서 내가 가장 예쁘고, 가장 자랑스럽다 말해주던 한 그분.
그렇습니다. 지금은 가슴에 묻어둔 이름, '할머니'...
당신이 계심으로 오늘의 내가 있습니다.
# 오늘의 명언
헌신이야말로 사랑의 연습이다. 헌신으로 사랑은 자란다.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따뜻한하루에서>
댓글목록
이택님의 댓글
이택 | 충남본부(서산,당진,계룡,천안,아산) 작성일
감동이 담긴 글입니다
우리도 어린 손녀딸같이 겉보기로만 사람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손녀딸이 자신을 창피하게 생각하는 마음을 꿰뚫고
손이 틀 것을 각오하고 표백제에 담그고 철수세미로 박박 문지르고 학교에 오신 할머니
우리는 이런 할머니의 정성과 진실을 기억해야 하는 데
너무도 겉만 보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본질을 알고 손녀딸에게 교훈을 주는
선생님의 깊은 혜안을 감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도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린 손녀딸의 행동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결코 원망하고나 혼내서는 안됩니다.
멋진 선생님은
우리 한자속독 선생님들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김광진 선생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자랑스런 제주 몽생이의 힘으로
멋진 한자속독 선생임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