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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2018-07-08 07:12 작성자신혜주 | 대구교육본부 댓글 1건 조회 5,387회한자속독 수업을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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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올해 처음 학교 수업을 맡은 초보 강사다.
신학기가 시작되고 두어 달 뒤 3명의 형제가 새로 수업에 들어왔다.
형제 모두 한자 공부는 처음이었다.
쌍둥이 형들은 3학년, 동생은 1학년 이어서 수업은 저학년과 고학년 반으로 나누어 하게 되었다. 동생은 처음부터 한자가 어렵다며 한자수업 받기 싫다고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열심히 수업하는 아이들까지 방해가 될 정도로 문제를 많이 일으켰다.
하물며 한자가 어렵다고 나눠준 카드를 구기고 찢기까지 하여 나를 당황하게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야단을 치면 눈이 돌아가서 흰자만 보이게 되니까 옆에 있던 아이들이 무섭다고 하였다.
그렇게 한동안 무진장 내 속을 썩인 아이였다. 그래서 어떤 날은 야단도 치고 어떤 날은 달래도 보고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하여 수업을 이끌어 나갔다.
하루는 수업 중에 조선시대 유학자 김득신의 이야기를 해 주면서 중용 20장에 나오는 “人一能之己百之, 人十能之己千之”를 풀어주었다.
그리고 며칠 뒤 또 수업시간에 카드를 구기며 한자공부 하기 싫다고 큰소리로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 때 지난 달 팀 모임에서 선배선생님의 조언이 생각나 이 카드는 선생님이 비싸게 샀고, 또 대구에서는 구입할 수 없어 부산 가야 살 수 있는 거라며 카드를 찢거나 구기면 너들이 사 가지고 와야 된다고 겁을 주었다.
그러면서 너는 오늘 수업방해를 했으니 한 시간 남아서 공부를 더 하고 가라 하고는 그 아이는 아예 무시하고 수업을 마무리하였다. 저학년의 수업이 끝나고 고학년의 수업을 시작하면서, 너는 이 시간에 좀 자라고 하면서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재웠다.
이윽고 둘째시간이 끝났다. 고학년 아이들을 보내고, 자는 아이를 깨워 한자카드를 주면서 외우게 하고선 교실 뒷정리를 하였다.
이렇게 남겨서 몇 번 공부를 시키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도 하고 야단도 쳤다. 물론 아이의 어머님과는 전화로 사정을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하였다.
꾸중을 하고 난 뒤에는 항상 “선생님은 너를 사랑한다.” “네가 이다음에 꼭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희망 한다”면서 꼬옥 안아 주었다.
그렇게 두어 달 지난 지금은 한자카드 7급을 익히고 있다. 수업도 적극 참여하여 저요! 저요! 하며 자신 있게 발표도 잘 하고 있다.
어느 날 어미 母를 설명하면서 “이 세상에서 너를 제일 사랑하는 사람은 누구지?”하고 물었더니 “선생님이요!”하고 대답하여 나의 가슴을 쿵! 하게 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선생님을 이 세상에서 두 번째로 사랑 한다.”면서 엄마 다음으로 아빠보다 더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이 아이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가슴 한 가득 뿌듯함을 느끼며 한자속독 강사가 되기를 정말 잘 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
쌍둥이 형들도 이제는 제법 잘 따라 한다.
집에서 3형제가 한자속독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어머님을 통해 전해 들으며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지금 지도하고 있는 이 아이들이 자라서 사회에 일원이 되었을 때 기억에 남는 그런 강사가 되고자 오늘도 노력한다.
미래 우리나라를 짊어지고 갈 인재로 자라기를 소망하면서...
댓글목록
박지연님의 댓글
박지연 | 대구교육본부 작성일
저도 초보로 선생님의 많은 고심과 노력하신 날이 제 이야기 같이 느껴집니다.
고생끝에 낙이 오듯이~
가슴뿌듯하시겠어요~
정말 가슴 따뜻해지는 글이네요^^